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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 취업이야기 - 3 ] 사회에서 도태되어가는 무능력자의 이야기

by 중현현 2025. 7. 11.

4월의 마지막날 운좋게 한 중소 기업에 최종 합격을 받아서 백수 생활이 끝나게 되었다.
취업 하자마자 이 기간동안 내가 겪었던 일과 느꼈던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싶었는데,
밍기적거리다가 벌써 2달이 지나버리고 이제와서 이 일기를 쓰게 되었다.


흔히들 경쟁 사회라고, 평범하게 사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하지만,
성적 등에서 웬만해서 항상 적당한 퍼포먼스를 내왔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흐름대로 살면 적당히 취업해서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 사실 적당히 노력했다 하기엔 살짝 좀 엠생을 살긴 했었다.
가뜩이나 졸업 늦는데, 1년 휴학하면서 초반엔 좀 공부하나 싶더니, 겜하느라 새벽 4~5시에 자고,
퇴사하고 나서는 또 다시 겜하느라 자기계발 대충했다.

이런 걸 보면 업보이긴 한데, 
그럼에도 노력을 하면 적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비록 GPT 형님이 뿌직하고 싸는 코드 조각들을 철벅철벅하며 갖고 노는 것  밖에 할 줄 모르긴 해도
이 정도면 나름 쓸만한 노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낀건,
나같은 허----접은 돈받고 일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서 경쟁률 기본 100대 1인 불지옥속에서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내 역량은 애매한 것이 되어버려서,
경쟁에서 바로 도태된다!

그래도 이 애매함을 상쇄하기 위해
진행해왔던 프로젝트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며 책임감있게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회사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사람 좋은 척을 열심히 했지만,
이 어설픈 실력을 전부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체험형 인턴 같은 진짜 구데기 같은 근무 조건의 회사에도
떨어지며 더이상 지원할 곳이 없어지는 레전드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이런 상황에도 내가 의지만 있다면,
낮에는 알바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퇴근하고는 공부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며,
하반기 공채를 노려볼 수도 있곘지만,

그러지 않고 이 게임 업계를 나와서
숙식 공장이라든가 아무데나 박혀서
당분간 돈만 벌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동안 등따숩고 배부르게 백수 생활 하면서 도파민을 빨아왔던
나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벗어나서
삶의 치열함을 경험해야만
이 엠생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서
안전불감증 걸려버린 내 현실감각을 일깨우고 다시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에 숙식 공장 노가다도 해봤겠다,
이번에도 어디 외지에 박혀서 
몇달 돈모아서 몇달 겜만들고 실패하면 다시 공장들어가서 돈모으는 걸 반복하자는
개오지는 상남자 플랜을 세웠다.

물론 지원한 곳에 합격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이력서 한번 읽고 며칠째 연락이 없기도 하고,
어떤 곳은 지원한 지 며칠이 지나도 이력서를 보지도 않기도 하고,
그나마 한 곳에서 이력서를 5번 6번 계속 읽긴 했으나 끝내 연락이 오지 않기도 해서
그냥 체념했다.

아무튼 알바몬을 켜서 숙식 키워드로 검색하니
12시간씩 일하는 개빡센 공장들만 나오더라.
그럼에도 연봉이 높지 않았는데,
내가 노가다 했던 곳이 정말 좋은 조건이었음을 알게되었다.
당연히 일당 12만5천원은 주는줄

게다가 같이하기로 한 친구가 빠꾸치는 바람에
나도 혼자하기 좀 뻘쭘해져서
바로 상남자 플랜을 폐기해버리고,
그냥 원래 하던대로 집에서 자며 알바를 하려고 마음 먹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엄청난 돈도 아니고, 남들 보다 뛰어난 능력도 아닌,
적당히 재밌는 일하면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동시에 보편적인 행복들을 즐기는 것인데,
이걸 이루는 것이 이렇게 힘든 지 몰랐다.

나같은 허접에겐 이 세상은 가시 돋힌 야생이구나.
이 불타는 게임업계에 뒤통수를 얻어맞고나니
노망난 늙은이처럼 똑같은 소리를 되뇌었다.

치열하게 살지 않은 죄로
무능력해진 나는
이렇게 '평균'과 점점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