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인생 조지는 것이 취미인 사람

중현현 2024. 9. 14. 02:06

백수 된 후부터 바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화장실 나방파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집안에 박혀서

무한 유튜브와 무한 발로란트라는

저급한 도파민 찌꺼기를 쪽쪽 빨아대면서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는 꼴을

아무리 좋게 봐도

나방파리 이상으로 쳐줄 수가 없는 것 같다.

 

재밌긴 해도 이런 생활을 하고싶어서 하는 건 아니었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노력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잘 안되었다.

 

퇴사하면서 책임감에서 해방되고,

이 책임감과 함께 묶여 있던 열정 또한

같이 날라가버린 것 같았다.

 

열정이 옅어 지니 

절제력도 잃어버리고 

도파민의 관성에 빠지는 건 정말 한순간 이었다.

 

뭔가 이러면 안될 것 같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괜히 깊게 생각하면 우울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뇌가 점점

이런 안락하고 무의미한

백수 생활에 절여져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몇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뭐 하나라도 하지 않는 이대로라면

그 때도 똑같이 하루종일 유튜브 보고 발로란트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이야 아직 젋어서 이런 생활하는 스스로를 엠생백수라고 자학할 수 있고 

아직까지 나름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걸 테지만...

결국 변하지 못하고 미래를 맞이하면 어떻게 될까....?

 

그땐 정말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너무 무서워졌다.

더이상 아무 것도 안하는 삶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후부턴 뭐라도 조금씩 하고 있다.

 

일기도 쓰고,

스터디도 참여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외주로 돈도 버는 등      (이건 정말 운이 좋았다)

사회적 활동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백수 생활 때와 다르게

더이상 걱정에 잠기지 않는다.

 

아직 100% 해결된 건 아니다.

여전히 저급 도파민의 유혹을 받고,

하루의 일부는 무의미하게 날라가기도 한다.

 

이 일기도 발로란트할 뻔한 거 겨우 참고 간신히 쓰게 된거다.

 

그래도 관성에서 한번 벗어났으니

다시 나방파리로 돌아가지 않게

온 몸 비틀며 버텨야 한다.